티볼리는 대대적 손질과 더불어 상품성을 높인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대응할 시기가 됐다. 그러나 회사 여력상 크게 바뀐 부분은 없다. 겉모습에서는 어색했던 범퍼와 안개등 디자인을 정돈했고 실내는 내장재 표면처리와 계기판, 스티어링휠을 조금 바꾼 정도다.
우선 디자인을 보면 처음 티볼리를 접했을 때 들었던, 학생의 디자인 습작을 그대로 양산한 차라는 느낌 그대로다. 그럼에도 주변에서는 여성들 중심으로 예쁘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이 차 디자인이 미니 컨트리맨과 곧잘 비교되는 것에 관념의 세계가 흔들린다. 어쨌든 누가 봐도 쌍용차라는 것과 SUV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성이 뚜렷한 것만은 인정한다. 실내는 전반적인 구성은 무난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툰 느낌이다. 부분적으로 내장재 표면 질감을 개선했지만, 복잡한 부품 분할과 여러 종류의 표면처리가 뒤섞인 탓에 깔끔하다는 인상은 없다. 내장재 재질이 썩 고급스럽지 않은 탓에 새로 들어간 퀼트 패턴 가죽 시트만 튀어 보인다. 막상 몇몇 경쟁차의 내장재 수준도 썩 높지 않은 것은 티볼리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장비 구성은 티볼리에 좋은 점수를 주게 되는 첫 번째 이유다. 장비 관련 스위치 배치가 어수선하기는 해도 차급에 비해 편의장비가 풍부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지금 와서는 경쟁차들도 대부분 갖추고 있지만, 가장 먼저 안전장비의 폭을 넓힌 것은 소비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승차 같은 풀 옵션에 가까운 차라면 윗급 차와 비교해도 아쉬울 것이 없을 정도다. 물론 그쯤 되면 동급에서 가장 비싼 현대 코나는 물론, 같은 쌍용 라인업에서도 윗급인 코란도 C에서도 AWD를 뺀 상위 모델을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표가 붙는다. 뿐만 아니라 티볼리는 수납공간의 종류와 수, 크기에서도 돋보인다..
비교적 넉넉한 공간에 비해 각종 장비 접근성이 좋지 않고 운전 자세도 어색한 앞좌석과 달리, 뒷좌석 공간은 티볼리의 총점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수치상 공간과는 별개로 머리, 어깨, 무릎, 발 주변 체감 공간이 가장 크다. 시트 굴곡이 적고 쿠션 여유도 적어 장거리 주행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도시에서 이동하기에 불편할 수준은 아니다.
하체 언더코팅을 늘린 것은 주행 중 아래에서 들어오는 소음이 의외로 작은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아주 조용한 것은 아니다. 공회전 때는 유독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크게 들리다가 속도가 올라가면서 조금씩 다른 소리들에 묻힌다. 정체된 시내에선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이 없는 것이 아쉽다. 1.6리터 110마력 디젤 엔진은 최대토크 영역이 낮은 회전수 부분에 위치하다 보니 별로 넉넉하지 않은 힘도 대부분 상황에서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궁합도 가솔린 엔진보다는 잘 맞는 편이어서, 비교적 매끄럽게 변속이 이루어지며 차분히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달리기와 관련한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일상적 조건에서 적당히 몰 때만 해당한다.
그런데 그 영역을 벗어나면? 다른 동급 차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뼈아픈 점들이 드러난다. 네바퀴굴림 시스템과 뒷바퀴 독립 서스펜션의 영향력도 근본적 약점을 완벽하게 감추지는 못한다. 차체 구조는 모노코크 방식이지만 조금만 차를 거칠게 몰아붙이면 프레임 섀시를 쓴 전통적 SUV처럼 허술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엔진은 최적의 힘을 내는 영역을 벗어나자마자 맥이 풀린다. 잔뜩 소리를 내며 힘을 쓰는데 속도는 좀처럼 붙지 않는다. 앞바퀴굴림 모델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승차감과 핸들링의 열세를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낮은 완성도에도 티볼리에 비교적 높은 점수를 주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소형 SUV 가운데 디자인과 주행 질감에서 가장 전통적인 SUV 색깔이 강하게 느껴지고, 지갑 형편에 따르든 취향에 따르든 선택의 폭이 넓으며, 보편적 쓰임새 안에서는 단점들이 크게 티나지 않는다. 모두 이 장르 차에서 적잖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다. 티볼리의 인기가 금세 사그라지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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