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탈만한 #전동킥보드 있나요?

앉고 당기고 달려라

버스나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일어설 필요 없는 탈것 5가지를 모아 달렸다

최근 이런 탈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봄 사무실과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기 때문이다. 걸어서 20분 거리. 처음엔 딱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퇴근용 차도 처분했다. 그런데 날씨가 더워지니 슬슬 짜증이 났다. 뭔가 획기적인 이동 수단이 필요했다. 자연스레 문명의 이기에 눈길을 돌렸다. 전기모터가 달린 탈것을 열심히 알아봤다. 전동 킥보드, 전동 휠, 전기자전거 등 종류가 다양했다. 당연히 딱히 배울 필요가 없어 보이는 자전거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이번 기획이 나왔을 때 잽싸게 전기자전거를 타겠다고 했다. 이것저것 다 타보니 결국 잘한 결정이었다. 전기자전거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페달 보조형(PAS)과 스로틀 방식이다. 페달 보조형은 페달을 돌리면 전기모터가 힘을 살짝 더해주는 식이다.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는 절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번에 타본 미니쿠는 페달을 돌릴 필요가 없는 스로틀 방식이다. 그런데 아무리 스로틀 방식이더라도 주행거리 연장을 위한 어시스트와 배터리 충전, 그리고 배터리 방전 시 긴급 이동 등을 고려해 페달을 갖추는 게 일반적인데, 미니쿠는 페달이 아예 없다. 하지만 별문제 없다. 

사실 미니쿠는 나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을 위해 개발된 물건이다. 근거리 이동용이라면 페달을 떼어내고 크기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 즉 선택과 집중을 잘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방전 걱정? 배터리를 가득 채우면 최대 4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으니 출퇴근용으로는 충분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45킬로미터라는데 난 시속 34킬로미터까지 내봤다. 

스로틀 레버는 오른쪽 검지를 걸고 끌어내리는 방식이며 컨트롤러의 버튼을 통해 출력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자전거에 비해 휠이 작지만 타이어가 두껍고 힘을 잘 받는 구조라 안정감은 뛰어나다. 앞뒤 브레이크 감각과 성능의 차이가 심한 점, 다소 터프한 승차감, 전원 차단 기능의 부재 등이 아쉬웠지만 앞바퀴 위에 발을 올리고 유유자적 복잡한 골목길을 헤집고 다닐 때의 기쁨이 이 모든 걸 만회했다.

이름이 마음에 쏙 들었다. 드리프트킹이란 이름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막상 탑승하니 공격적인 이름과는 달리 자세는 모양새가 나지 않았다. 조카의 자전거를 빼앗아 탄 기분마저 들었다. 작동 방식은 여느 전기자전거와 다르지 않다. 시동을 걸고 주행 목적에 맞게 기어(1~3단)를 설정한 뒤 스로틀을 당기면 된다. 시속 20킬로미터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기어를 1단에 놓고 스로틀을 살짝 당겼다. 시트가 양쪽으로 씰룩거렸다. 노면 상황에 따라 뒷바퀴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다. 엉덩이가 모든 충격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도 엉덩이가 움직이니 더 흥이 난다. 본격적으로 속도를 높여 핸들바를 왼쪽으로 과감하게 틀었다. 순간 오른쪽 뒷바퀴가 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중심을 잃고 전복될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으며 땅에 발을 디뎠다.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내 착각이었다. 

뒷바퀴는 처음부터 계속 지면에 붙어 있었다. 이번에는 핸들을 트는 순간 몸에 힘을 뺐다. 회전력에 몸을 맡기니 360도 회전하는 두 개의 뒷바퀴가 속도를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미끄러진다. 마치 뱀이 움직이듯 핸들바를 돌린 방향에 맞춰 뒷바퀴가 따라오는 게 재미있다. 한 방향으로 계속 핸들바를 틀면 드리프트킹은 제자리에서 계속 원을 그리며 회전한다.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걸 제어하려면 핸들을 반대로 틀면 된다. 드리프트킹은 이동 수단보다 놀이기구에 가깝다. 

내 차인 미니 쿠퍼에 싣고 다니기에 부담도 적다. 주말에 여자 친구와 한강에 놀러 갈 때 가지고 가면 제격이다. 나만 고생하는 2인 자전거나 오리배보다 100배는 재미있다(여자 친구도 좋아할지는 미지수). 게다가 오버스티어, 언더스티어, 카운터스티어 등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스로틀 레버를 당기고 가볍게 핸들바를 조작하는 것만으로 드리프트의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다만 프레임을 접을 수 없고, 유아용 세발자전거에 저렴한 캠핑 의자를 붙여놓은 듯한 디자인이 아쉬울 뿐.

“영화배우처럼 생기셨네요.” 사무실에서 처음 마주한 에어휠 A3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보자마자 좋아하는 영화의 캐릭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스타워즈>에서 사막과 우주를 굴러다니던 ‘BB-8’ 말이다. A3 역시 동글동글하게 귀여운 인상과 오렌지 컬러가 내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마음까지 사로잡으려면 외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녀석의 매력 포인트는 따로 있다. 바로 승차감이다. 바퀴부터 시트까지 넝쿨처럼 감고 올라가는 서스펜션 덕분이다. 문제는 자세였다. 시트에 앉아 손과 발을 얹은 채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뭐랄까. 손잡이가 달린 변기에 앉아 있는 모습이랄까. 확실히 폼이 안 난다. 스크린 아래 매달린 리모컨으로 시동을 걸었다. 전원이 들어오자 스스로 균형을 잡는다. 운전자가 균형을 잡아야 하는 보드형 전동휠과는 달리 앞뒤로 쓰러질 일이 없어 안전하다. 상체를 숙여 무게중심을 기울이자 곧장 앞으로 흘러간다. 

가속 또한 물 흐르듯 부드럽다. 무게중심을 뒤로 하자 천천히 속도가 줄어들었다. 거기서 한 번 더 뒤로 젖히자 후진을 했다. 가속, 정지, 후진까지 미끄럼틀을 타듯 부드럽게 이어진다. 16인치 바퀴와 서스펜션, 푹신한 안장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남자로서 겪어야 하는 고통도 없었다. A3는 폼도 나지 않고, 빠르게 달리지도 못한다. 하지만 오래 타야 한다면, 난 A3를 선택하겠다.

일반적인 전동 킥보드는 앉지 못하고 이동 내내 일어서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은근히 많다. 이틀간 엑스트림 허브를 타면서 하루는 안장 없이, 또 하루는 안장을 부착하고 이동했다. 안장이 없을 땐 몰랐는데 있다가 없으니 무릎이 아파오는 것 같다. 편안함을 한번 맛보고 나니 몸이 자꾸 안장을 찾는다. 타는 법은 어렵지 않다. 시동을 걸고, 올라타서 핸들바 오른쪽에 있는 가속 레버를 엄지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면 된다. 전기차에서 들리는 익숙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달려나간다. 주행모드는 에코 모드와 터보 모드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터보 모드에서 시속 33킬로미터로 쏜살같이 달릴 수 있다. 엑스트림 허브는 핸들바를 돌려 코너를 도는 것이 아니라 모터사이클처럼 차체 무게중심을 옮기며 회전한다. 핸들바를 손으로 꽉 쥐고 힘을 주면 차체 움직임이 불안하다. 

모터사이클과 비슷하다고 인지하는 순간부터 주행의 질이 달라진다. 앞뒤 타이어는 12인치로 큰 차체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다. 평지에서는 문제없지만 요철에서 통통 튄다. 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두꺼운 서스펜션을 썼지만 큰 효과를 보긴 어렵다. 진동이 스멀스멀 안장과 발밑으로 올라온다. 앞뒤 브레이크 압력은 앞과 뒤가 모두 강하다(앞뒤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 급하게 속도를 줄일 때 앞 브레이크만 급하게 잡으면 무게가 앞으로 실리면서 뒷바퀴가 약간 뜨거나 몸이 앞쪽으로 쏠리니 안전상 뒤 브레이크를 먼저 잡는 게 좋다. 

모터사이클이 부담인 사람들에게 엑스트림 허브는 꽤 괜찮은 탈것이다. 작동 방식도 단순하고 무게도 상대적으로 가볍다. 하지만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릴 수 없다. 차도를 달리기엔 느려서 위험하고 인도를 달리면 빨라서 위험하다. 타면서 가장 고민됐던 부분이다. 그런데도 엑스트림 허브를 쉽사리 외면할 수가 없었다. 이미 몸이 맛본 이동의 편안함 때문일까?

난 모험을 싫어한다. 겁도 많아서 위험해 보이는 건 무조건 피한다. 참, 균형 감각도 ‘제로’다. 그래서 이 나이 먹도록 두발자전거를 못 탄다. 이런 나에게 후배가 다섯 대의 전동 탈것을 들이밀며 하나를 타보란다. 일단 자전거처럼 생긴 것들을 빼니 앉아서 탈 수 있는 드리프트킹과 자이로드론에 의자를 얹은 것 같은 에어휠 S8이 남는다. 에어휠 S8을 고른 난 일단 후배들의 부축을 받으며 발판에 올라섰다.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데 에어휠이 앞으로 슬금슬금 움직인다. ‘어어어어.’ 놀란 마음에 황급히 발판에서 내려왔다. 잠시 후 다시 후배들의 부축을 받으며 발판에 올라서서 안장에 앉았다. 이번엔 성공이다. 그러고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에어휠이 스르륵 앞으로 움직인다. 생각보다 쉽다. 살짝 몸을 기울이자 이번엔 자연스럽게 돈다. 

내리막에서 속도가 붙는 것 같기에 몸을 살짝 뒤로 기울이니 속도가 줄어든다. 움직이는 방식 역시 자이로드론과 비슷하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가고 싶은 방향으로 부드럽게 움직인다. 

오르막길이나 방지턱 등도 문제가 없다. 최고속도가 시속 20킬로미터라는데 생각보다 빠른 느낌이다. 무엇보다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맛이 좋다. 하지만 오래 탈 순 없을 것 같다. 안장이 불편해서다. 엉덩이가 아픈 건 아닌데 딱딱한 안장이 허벅지 안쪽을 누르는 게 아프고 불편하다. 차라리 서서 타는 게 낫지 않을까?

md.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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