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게 모든 걸 내주고 산뜻함만 남겼다. 넉 대의 소형 SUV 중에서 가장 경쾌하게 움직인 건 기아 스토닉이었다.
가속페달에 따라 차체가 빠르게 반응했고 좌우 움직임에 거품이 없었다. 스티어링도 가장 간결했다. 코너가 지속되는 꼬부랑길에서 뒤쪽이 약간씩 헐렁하게 밖으로 흐르는 듯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움직임을 예측하기 쉬워 가장 재미있게 달렸다. 스토닉의 이런 움직임의 주된 이유는 차체 무게와 낮은 무게중심일 것이다. 스토닉은 1270킬로그램으로 넉 대의 SUV 중에서 가장 가볍다. 코나보다 155킬로그램, 티볼리보다 225킬로그램이나 가볍다.
스토닉의 마력당 무게비는 11.54킬로그램이다. 출력이 높은 코나(9.69킬로그램)보다 무겁지만 두 차는 최대토크(30.6kg·m/1750~2500rpm)가 똑같다. 출발에선 무게가 가벼운 스토닉이 약간 더 유리하다는 말이다. 최대토크 밴드 안에서도 스토닉 쪽이 더 경쾌하게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스토닉의 움직임에 비하면 티볼리(13.0킬로그램)는 둔중하고 텁텁했으며 QM3(14.4킬로그램)는 어느 영역에서는 힘이 달려 답답했다.
여러 테스터들이 스토닉의 움직임을 좋아했다.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약간 거칠지만 가장 재미있어”라고 했고 김형준 편집장은 “이건 SUV가 아냐, 해치백이지”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스토닉은 키가 약간 큰 해치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게중심이 낮아 경쟁자들과는 약간 다른 움직임을 냈다. 물론 이런 경쾌한 움직임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는 없다. 스토닉의 강점으로, 주요 고객층이 될 젊은이들이 좋아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시트포지션은 SUV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 앞이나 옆의 차를 내려다보는 시트 높이가 아니니 모든 테스터들이 해치백과 같다고 느낀 것이다. 또 시트를 뒤로 밀어야 하니 가뜩이나 좁은 뒷자리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 외 스토닉의 실내에서 흠잡을 만한 건 없다. 넉 대의 차 실내는 각자의 성격에 따라 잘 꾸몄다. 스토닉은 간결하고 코나는 화려하다. 티볼리는 넉넉하고 QM3는 여전히 허전하다.
스토닉은 꽤 괜찮은 차다. 가벼운 차체로 달리는 재미가 있다. 가벼워서 연비도 좋다. 가격도 넉 대의 차 중에서 가장 싸다. 가격 대비 가치도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1위를 할 수 없었던 이유는 SUV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SUV가 아닌 것 같은 약간은 어정쩡한 구조였다. “이럴 거면 왜 스토닉을 사? 나 같으면 그냥 현대 i30 사겠어.” 김형준 편집장의 말이다. i30가 스토닉보다 살짝 비싸기는 하지만 뒷자리가 약간 더 넓고 각종 편의장비가 더 많이 들어가기는 했다. 사실 스토닉은 SUV와 해치백의 중간에 위치한 어정쩡한 높이다. 그럼에도 기아차는 이 차를 소형 SUV라고 못 박았다. 한국이 해치백의 무덤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지금 시장은 소형 SUV가 절대 강세이기 때문이다.
티볼리는 지난 2년간 압도적인 판매
1위를 달리며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런데 코나 출시 두 달 만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2위 자리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아직 차이는 많이 나지만 스토닉의 상품성과 가성비도 티볼리에겐 위협적이다. 글_이진우
TESTER’S COMMENT
나윤석 담백하고 즐겁다. 솔직한 감각이 반가운 젊은 차다. 마치 청바지에 티셔츠를 받쳐 입은 젊은이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김기범 준수한 디자인과 기름기 쫙 뺀 상품 구성으로 승부한다. 다만 운전하다 보면 SUV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자꾸 잊게 된다.
류청희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에 몰기도 재미있다. 다만 편하고 공간 넓은 모닝이라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고, 값싼 만큼 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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