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S에 "자체 오디오 시스템을 선보였다"

테슬라 모델 S에서 브랜드가 아닌 자체 공급 오디오를 들었다. 기본은 했다. 극적인 주행성능과는 달리 테슬라는 저명한 고급 브랜드의 오디오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종의 외주 개발 OEM 오디오를 사용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S1nn GmbH라는 하만의 계열사에서 만들었다.

솔직히 말해 관심은 염불보다 잿밥에 더 있었다. 테슬라를 시승하는 건 음악을 듣고 오디오를 리뷰하기 위해서였지만, 다들 칭송하는 주행감이 좀 더 궁금했다. 

잿밥에 눈독을 들인 또 다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디오였다. 하지만 테슬라 모델 S에 들어간 오디오의 제원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미드레인지 스피커 5개와 트위터 2개, 우퍼 2개, 서브우퍼 1개, 서라운드 스피커 2개로 구성된 12개의 스피커가 540와트의 출력으로 음악을 들려준다. 여기에 돌비서라운드 시스템이 추가됐다. 단순히 오디오 제원만 놓고 보면 결코 모자란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1억원이 훨씬 넘어가는 모델 S라면, 더군다나 엔진음 하나 없이 고요한 실내를 유지하는 전기차라면 어딘지 부족해 보이는 제원이었다. 수익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을까?

허나, 마음이 아쉽다고 아무 음악이나 들을 순 없는 일이다. 극적인 차에서 극적인 음악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건 히사이시 조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와 한스 지머의 <인셉션> OST, 엔니오 모리코네의 <시네마 천국> OST다.

일단 전원을 켜 테슬라 모델 S를 깨웠다. 숨 쉬는 소리가 제일 큰 소음일 만큼 조용했다. 서둘러 히사이시 조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부터 틀었다. 익숙한 테마가 흘러나온다. 첫 번째 곡이 그 유명한 ‘인생의 회전목마’다. 이 멜로디를 생전 처음 듣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그냥 글자로 “따라라라~ 라라라라라~ 따라라라~ 라~ 라~ 라~ 라라라~”라고 적어 놔도 아마 수많은 이들이 멜로디를 따라 부를 수 있을 거다. 마치 글자에 음표가 표시된 것처럼 말이다.

히사이시 조가 OST를 맡은 영화의 흥행으로 따지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은 두 번째다. 하지만 OST만큼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더 인상적이다. 반복되는 테마가 유독 귀에 착착 감긴다. 영화의 분위기도 잘 드러난다. 그리고 일본풍의 멜로디가 배제됐다. 반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멜로디에서 일본 특유의 정서가 많이 묻어난다. OST의 특성상 메인 테마를 다양하게 편곡해 각각의 곡으로 싣는 경우가 많은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멜로디에 일본풍이 짙어 편곡을 달리해도 그 정서가 근간에서 유지된다. 반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편곡에서도 일본색을 지웠다. 악기 구성은 보통 현악기를 기반으로 한 소곡의 형식이다. 여기에 목관악기를 입히고 파이프오르간을 더하는 식으로 장엄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테슬라 모델 S의 ‘현실적인’ 오디오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무리 없이 들려줬다. 다만, 소리가 맑고 깔끔하진 않았다. 정제된 소리도 아니고 원음을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뭔가에 의해 한 꺼풀 덧씌워진 소리다. 그런 성향은 트위터보다 우퍼에서 좀 더 도드라졌다. 베이스가 힘차게 울려주긴 하는데 소리가 깔끔하지 않다. 아울러 트위터와 우퍼, 미드레인지 스피커의 경계도 모호하다. 그래도 고전 악기로 편성된 사운드트랙을 듣기에 무리는 없다. 영화의 정서를 전달하는 미묘한 감정은 좀 옅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비약되지도 않는다.

한스 지머의 <인셉션> OST나 엔니오 모리코네의 <시네마 천국> OST를 들으면서도 참 좋았다. 오디오가 좋기보다는 생생한 회상이 좋았다. 듣는 내내 마치 머릿속에서 영사기가 돌아가듯 영화 장면 하나하나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감동이 밀려들었다. <시네마 천국> OST에서 가장 유명한 ‘Love Theme’를 들을 땐 나도 모르게 눈물마저 흘러내렸다. 참, 이 감동적인 곡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아니라 그의 아들 안드레아 모리코네가 작곡했다. 그것도 20대에. 이 영화는 뭐 이리 사연까지 극적이다.


md.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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