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파나메라 신형 럭셔리 세단

스포츠카와 럭셔리 세단의 완벽한 조화. 포르쉐 코리아는 신형 파나메라를 이렇게 설명한다.

포르쉐 본사의 보도 자료도 이와 비슷한 문구로 시작한다. 스포츠카 브랜드가 럭셔리 세단이라니. 그동안 포르쉐는 파나메라에 럭셔리 세단이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스포츠 세단 또는 스포츠 그란투리스모라고 불렀다.

지난 10월 26일, 포르쉐 코리아가 신형 파나메라 미디어 시승회를 열었다. 이번 파나메라는 2세대. 폭스바겐의 차세대 후륜구동 플랫폼 MSB와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으로 무장하고 있다. 인상과 몸집은 이전과 큰 차이 없다. 하지만 이전보다 더 낮고 날렵한 느낌이다.

얼핏 911처럼 보일 정도. 어깨선을 끌어올리고 C필러에서 트렁크 리드로 떨어지는 부분을 판판하게 다졌기 때문이다. 실내에선 센터콘솔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변속레버 주위를 빼곡히 채웠던 버튼들 자리에 터치 패널이 들어섰다. 솔직히 처음엔 이걸 보고 ‘빛 좋은 개살구’라고 생각했다. 조작부를 터치 패널로 바꾼 차들 대부분이 조작감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나메라는 차원이 다르다. 누를 때는 물론 뗄 때에도 짧은 진동과 함께 작동음(힘을 주면 “딱”, 빼면 “깍” 하는 소리를 낸다)을 내기 때문에 기계식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오히려 손맛이 더 좋다.

애플 아이폰 8의 터치식 홈버튼을 누를 때와 비슷한 감각이다. 레이아웃은 이전과 비슷하다. 앞면을 판판하게 다진 대시보드에 높은 센터콘솔을 붙인 구성이다. 하지만 커다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태코미터 양옆에 붙인 두 개의 모니터, 터치 패널 덕분에 훨씬 더 화려해 보인다.

국내에 출시된 모델은 파나메라 4S. 440마력, 56.1kg·m의 힘을 내는 2.9리터 V6 가솔린 바이터보 엔진과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그리고 사륜구동 시스템을 맞물려 얹는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4.2초(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만에 끝내는 가속 성능도 인상적이었지만 터보 지체 현상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즉각적인 반응이 더 놀라웠다(신형 엔진은 뱅크 사이에 터보차저 두 개를 달아 반응 속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변속 감각은 아주 부드럽고 기어비도 느슨한 편이다.

최고속도는 6단에서 나오며 연료 소비는 11퍼센트 줄었다(유럽 기준). 그런데 이번 파나메라에서 가장 놀라운 건 안팎 디자인이나 파워트레인이 아닌, 새로 설계한 섀시다. 핵심은 3 체임버 에어 서스펜션(옵션). 댐퍼당 공기탱크를 2개씩 추가한 설계 덕분에 이전보다 공기량이 60퍼센트나 늘어 승차감이 더 부드러워졌고 드라이브 모드 설정에 따른 반응의 변화 폭도 더 커졌다.

신기한 점은 스포츠 플러스에서조차(설정에 따른 스프링·댐핑의 압력 차이는 최고 2.5배가 넘는다) 승차감이 매끈하다는 것. 서스펜션 설정을 한 단계씩 높이면 피드백이 민감해지는 동시에 롤이 줄어들고 스티어링의 반응 역시 빨라진다. 물론 이런 느낌에는 상황에 따라 장력을 조절하는 가변식 스태빌라이저(PDDC)와 뒷바퀴를 비틀어 턴인 감각을 바꾸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모두 옵션).

한결 세련된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짧게나마 신형 파나메라와 피부를 맞대보니 포르쉐가 자신 있게 럭셔리 세단이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스포츠카 브랜드다운 짜릿함을 악착같이 지켜내며 럭셔리 세단의 가치를 근사하게 녹여낸 포르쉐가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이전 파나메라는 데뷔와 함께 럭셔리 스포츠(고성능) 세단 시장을 장악한 다크호스였다. 이번 파나메라는 ‘스포츠’라는 단어를 떼어낸 시장도 파고들기에 충분할 만큼 포용력이 크다.

휠베이스를 150밀리미터 늘린 신형 파나메라 롱휠베이스(이그제큐티브)가 합류한다면 벤츠 S 클래스 일색인 국내 럭셔리 세단 시장의 풍경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md.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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