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현장실습생의 죽음 (영상) '열여덟번째 생일을 앞두고 떠나'


20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특성화고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회원들이 추모 촛불집회를 열도있다. / 사진 한겨레 제공

지난 9일 오후 1시48분께 제주시 구좌읍 음료제조업체 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이민호(18)군의 목과 몸통이 제품 적재기 프레스에 눌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군을 삼킨 기계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그 열흘 뒤인 19일 힘겹게 뛰던 이군의 심장이 멎었습니다. 11월23일, 그의 열여덟번째 생일을 나흘 앞둔 날이었습니다.

현장실습에 나갔던 특성화고 3학년 이민호군이 사고로 숨진 이튿날인 20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특성화고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회원들이 추모 촛불집회를 열었습니다. 교복을 입은 채 집회에 참가한 한 재학생이 “고 이민호 실습생의 죽음은 우리들의 현실이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습니다.

특성화고 실습생이 또 목숨을 잃었습니다. 올해만 두번째 입니다. 지난 1월 전북 전주시 유플러스 고객센터 현장실습생 홍아무개양은 “콜수를 다 못 채웠다”는 문자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난해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아무개군도 현장실습생이었습니다. 그는 컵라면과 숟가락을 유품으로 남겼습니다.


열차에 숨진 김 군의 유품 /  사진 

이들의 죽음을 설명하는 단어로 ‘사고’나 ‘자살’은 온당치 않아 보입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지도센터 관계자는 “사람이 끼는 등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사고 현장에) 그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현장이 담긴 시시티브이를 본 민주노총 제주본부 김혜선 노무사는 “이군은 목이 짓눌린 채 4분여를 홀로 버텨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노무사는 “고용노동부의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따르면 현장실습생에게 지도 능력을 갖춘 담당자를 배치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 작업장에는 이군뿐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민호(18)군이 사고를 당한 제품 적재기 프레스 /  사진 이민호군 아버지 제공

“왜 실습하다 죽어야 합니까.” “이군의 죽음은 우리의 현실입니다.” 또 다른 ‘이군’들이 21일 이틀째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습니다. 교복 입은 학생 30여명은 촛불과 함께 하얀 국화꽃을 들었습니다. 인천의 한 특성화고에 다니는 학생은 “우리는 단순한 노동의 대상이 아니라, 노동으로 꿈을 키워가는 존재다. 꿈을 키울 수 있는 현장실습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특성화고 1학년에 재학 중인 또 다른 학생은 “앞서 많은 선배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현장실습이 너무 두렵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들은 곧 또 다른 ‘현장실습생’이 되어 산업 현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사고가 난 업체 쪽은 “이군이 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고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며 그의 과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군 부모는 발인을 미룬 채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가장 슬픈 생일"…현장 실습 중 숨진 10대 생일에 추모제 / 연합뉴스TV제공 동영상


"아무도 그 학생이 죽어가는 것을 알지 못했다" / YTN제공 동영상

md.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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