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균형외교’를 강조해 눈길을 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미묘한 시점에 ‘한·미·일 3국 공조가 군사동맹화해선 안 된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국회 발언을 문 대통령이 재차 확인하면서, 발언의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CNA(채널 뉴스 아시아) 임연숙 아시아 지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3일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 채널 뉴스아시아(CNA)와 한 인터뷰에서 한·미·일 군사동맹화 가능성을 일축한 것과 관련해 “(한·미·일 군사동맹은) 국민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여러차례 언급해온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미 북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선 한·미·일 간에 방어적인 군사훈련 등 협력을 하고 있으나, 이것이 동맹으로 발전하게 되면 (군사훈련을 위해) 사실상 일본군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한·미·일 정상 업무오찬 때도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란 태도를 명확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마다 이런 태도를 계속 말해왔으며, 아베 총리에게도 직접 여러차례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한·미·일 삼각동맹 형성을 경계하는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언급은 북핵문제에 관한 중국의 구실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것”이라며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맥락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0~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균형외교’를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 발언은 중견국가로서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원칙을 밝힌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문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를 공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박근혜 정부 역시 ‘신뢰·균형외교’를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국익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국내외에서 한·미·일 군사동맹화 움직임이 있었고, 미국도 한-일 관계 정상화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이럴 경우 한·미·일 남방 3각과 북·중·러 북방 3각 간 냉전시절과 같은 대립구도가 형성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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