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가 코나에게 밀리지 않는 이유


지난 9월, 여기저기서 ‘코나, 소형 SUV 1위 등극’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8월 판매에서 현대차 코나가 티볼리보다 43대가 앞서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이 내용은 ‘코나 돌풍’이라는 제목으로 시선을 끌었다. 그렇다면 쌍용차는 소형 SUV 1위를 코나에게 내줬으니 절치부심에 위기감을 느껴야 했다. 

1위를 내준 데다, 규모의 저력을 가진 현대차인 만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쌍용차 사람을 만나면 별다른 고민이 없다. ‘괜찮다’는 메시지만 되돌아올 뿐이다. “너무 느긋한 거 아닌가요?”라는 말에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답할 뿐이다. 쌍용차의 여유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코나 출고가 시작된 지난 7, 8월 티볼리는 각각 4497대와 4187대가 팔렸다. 반면 코나는 7월 3145대로 시작한 뒤 8월에 4230대로 티볼리를 넘었다. 하지만 코나 출시 이후에도 티볼리의 계약대수는 별 영향 없이 유지됐다. 그리고 9월에는 5097대를 팔았다. 코나가 5386대로 티볼리를 289대 앞섰지만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쌍용차로선 “제아무리 현대차라도 이길 수 없는 분야가 있다”고 자평할 만하다. 현대차 코나가 티볼리에 영향을 준 측면은 분명 있다. 바로 티볼리 에어(Air)다. 코나 등장 이후 티볼리 에어 계약이 조금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어도 단숨에 회복했다. 9월 판매가 1242대로 나타나 큰 영향은 받지 않았다. 그러자 현대차도 자존심을 앞세워 9월 판매가 5386대에 이른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는다. 그런데 현장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우려가 있다. 코나 판매 증대는 성공했지만 쏘나타 판매가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애초 아반떼와 투싼이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쏘나타가 영향을 받는다. 물론 쏘나타 판매 하락 이유를 코나의 선전에서만 찾기는 곤란하다. 그랜저가 독보적인 지위를 드러내며 쏘나타를 압도한(?) 측면도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반떼를 외면할 수 없다.

사실 코나 등장 이후에도 아반떼 판매는 견고하다. 이 말은 엔트리카로서 아반떼를 찾는 사람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쏘나타의 흔들림은 아반떼에서 중형으로 넘어가는 소비층이 코나 또는 투싼으로 간다는 뜻이다. 이들이 쏘나타로 가야만 균형이 맞춰지는데 그렇지 않다. 그러니 코나는 결국 쏘나타 수요를 흡수하는, 한마디로 ‘제 살 깎아 먹기’를 통해 판매 대수를 유지하는 형국이다. 

사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티볼리의 견고함이다. 코나와 기아 스토닉으로 협공을 해도 끄떡없다. 왜 그럴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가운데 20~30대 비중은 12퍼센트다. 숫자로 보면 5080만 명 중 610만 명가량이다. 그리고 전체 여성의 가구주는 547만 명이고, 이 중 138만 명이 20~30대 연령의 미혼 여성이다. 이들이 기혼으로 바뀌는 연령은 평균 30세다. 통계청 ‘인구동태통계연보’에 따르면 1990년 24세였던 여성의 평균 결혼 나이는 2010년 29세로 높아졌고, 2015년에는 30세에 도달했다. 

물론 같은 기간 남자도 28세에서 32세로 늘었지만 ‘결혼을 무조건 해야 하느냐’라는 생각에선 남녀 차이가 확연하다. 여성은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이 52.3퍼센트인 반면 남성은 61.5퍼센트에 달한다(통계청 사회인식조사). 다시 말해 여성이 남성보다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결혼을 미루는 여성의 소득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연보에 따르면 25~29세 여성의 고용률은 2015년 68.6퍼센트로 높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출산 및 육아 부담에 따라 고용률이 떨어지지만 40세 이후 고용률이 다시 늘어나는 구조다. 게다가 여성의 임금도 남성 대비 68퍼센트로 2010년의 64퍼센트에 비해 증가했다. 한마디로 여가에 시간을 쏟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려는 것은 반드시 구매하는 젊은 여성이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B 세그먼트 SUV 시장에서 여성의 파워는 이미 남성을 넘어섰다. 르노삼성 QM3는 젊은 여성의 구매 비중이 50퍼센트를 넘고 쌍용 티볼리도 등장 초반 10퍼센트 내외이던 여성 비중이 지난해 48퍼센트까지 치솟았다. 그래서 미혼 취업 여성이 증가할수록 소형 SUV 시장도 함께 커진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런데 젊은 여성이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은 대부분 디자인이다. 이들에게 자동차는 ‘움직이는 기계’에 불과할 뿐 출력과 토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즐기는 삶에 과감히 돈을 쓰되 감성적 기준을 적용하면 그만이다. 쌍용 티볼리와 르노삼성 QM3의 주목도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던 것도 결국은 젊은 여성의 디자인적 시선이 고정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코나는 이런 상황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여성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디자이너 입장에선 차별화를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SUV는 현재 크기를 가리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자동차업계에선 연평균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눈여겨보는데, 이 소득이 곧 라이프스타일의 변곡점으로 여겨진다. 2만 달러가 넘으면 자신을 드러내려는 사회적 욕구가 강해지고, 그에 따라 평범한 세단보다 SUV 인기도 올라간다. 그리고 이때부터 여성 지위가 오르고 동시에 소형 SUV도 증가하는 흐름이 통계로도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소득은 나라마다 다르다. 그러니 소형 SUV가 뜨는 나라가 있고 여전히 세단 중심의 시장이 있다. 둘을 저울질해보면 글로벌에선 아직 남성 중심의 시장이 크다. 그러니 세계 시장을 상대해야 하는 현대차로선 남성적 디자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코나 출시 때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 총괄에게 관련 질문을 던졌지만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추측된다. 반면 티볼리는 여성 계약자가 적지 않다. 어쩌면 이들이 티볼리의 견고함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세력이다. 코나의 등장에도 쌍용차가 안도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계약자 비중에서 여성은 코나 등장 이전보다 늘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한 가지 결정적 이유는 현대차와 쌍용차의 시각 차이다. 코나는 현대차의 수많은 제품 가운데 하나지만 티볼리는 현재 쌍용차가 전력을 다해 내세우는 제품이다. 그러니 코나와 티볼리의 국내 시장 싸움에서 유리한 쪽은 티볼리다. 물론 현재까지는 말이다. 


md.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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