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맥시마는 그랜저에 비하면 존재감이 희미하다. 그러나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그랜저와 같은 시장(대형 가족용 세단)에서 경쟁해왔지만 8세대에 걸친 35년 넘는 역사가 배경으로 작용한 덕분에 인지도는 더 높다. 심지어 2000년대 들어서는 아예 미국 시장에 특화한 미국형 모델이 됐다. 하지만 미국에서 세단 시장은 전보다 위축됐고, 심지어 미국 브랜드들조차 슬금슬금 시장에서 발을 빼는 상황이다. 현대도 지금의 그랜저(IG)는 미국에 내놓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도 굳건히 버틸 만큼 맥시마의 상징성과 경쟁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물론 어디까지나 미국 얘기지만, 맥시마가 최소한 그랜저와 나란히 놓고 비교할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음은 분명하다.
수치상으로는 그랜저보다 살짝 작지만 차급이 차급인 만큼 덩치가 작지는 않다. 큰 덩치가 둔해 보이지 않는 건 개성이 뚜렷한 디자인의 영향이 크다.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차’라는 이미지를 벗으려 2014년에 선보인 스포츠 세단 콘셉트카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재현한 덕분에, 몇 되지 않는 동급 차들 가운데서도 이만큼 날렵하고 젊어 보이는 차는 없다. 동급 차를 살 만한 국내 소비자의 보편적 정서와는 거리가 있지만 닛산의 의도대로 취향이 젊은 소비자라면 호감을 느낄 수 있다.
맥시마에서 돋보이는 매력이라고 할 만한 점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달리는 느낌이다. 닛산이 사골처럼 계속 우려내고 있는 V6 3.5리터 VQ 엔진은 요즘 기준으로는 회전 질감이 약간 거칠지만 부지런히 힘을 뽑아내는 과정은 여전히 즐길 만하다. 특유의 이질감은 남아 있어도 충분히 숙성된 CVT 역시 제법 빠르게 가속페달 조작을 바퀴 회전에 실어 시원한 가속감을 이끌어낸다. 스포트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웬만한 고성능 세단이 아쉽지 않을 만큼 정말 잘 달린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탄탄함과 편안함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섀시가 가벼운 느낌이 들지 않는 선에서 쏟아져 나오는 힘을 잘 받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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