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는 한 상 잘 차린 집밥 같다

지금의 그랜저는 한 상 잘 차린 집밥 같다.

국내에서 상품성이나 브랜드 가치, 가격을 따졌을 때 경쟁 상대를 찾기가 어렵다. 한 브랜드 전체 판매량과 맞먹는 월 1만대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베스트셀러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만날 집밥만 먹고 살면 질린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외식을 한다. 오랜만에 하는 외식인데 국밥은 좀 그렇다. 미슐랭 스타급의 프리미엄 레스토랑까지는 아니더라도 맛도 괜찮고 분위기도 있는 아담한 카페 레스토랑 정도면 부담도 크지 않다. 이런 의미에 해당하는 모델이 유럽 대중 브랜드들의 중형 세단이 아닌가 싶다. 

유럽 브랜드인 만큼 달리는 기본기가 우수하고 자기 색깔이 좀 더 강하다. 준대형, 즉 유럽 E 세그먼트인 그랜저보다 한 세그먼트 작은 D 세그먼트 세단이지만 크게 좁지 않아서 쓰기에 불편하진 않다. 독일 3사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 세단은 확실히 좁다. 유럽 대중 브랜드의 중형 세단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폭스바겐 파사트일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한 달에 500대 정도 팔렸으니 괜찮은 성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판매 중단 상태다. 그다음으로는 한 달에 50대 남짓 팔리는 포드 몬데오가 있고, 마지막 하나가 바로 푸조 508이다. 

올해 판매량은 왜건 등을 모두 합쳐서 300대가 채 되지 않는다. 한 달에 30대 수준이다. 판매 데이터만 보면 마이너 중의 마이너인 508이 그랜저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대답은 오로지 고객의 관점에 달려 있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세계에 눈뜨는 기억이 될 수도, 아니면 왜 이 차를 보라고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두 가지 반응으로 또렷하게 나뉠 것이다. 그만큼 508은 자기 색깔과 장단점이 분명하다. 

그랜저와 같은 대표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대비 성능과 투자의 안정성, 그리고 운용의 편리함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할 때 다른 선택은 없는지 찾게 되는데 처음엔 다른 브랜드의 국산차로, 그리고 그다음엔 수입차로 간다. 내구성과 품질이 뛰어난 일본차이든 달리기의 기본에 더 충실한 유럽차이든 수입차에서 바라는 건 기본적으로 ‘다름’이다. 일본차나 독일차는 내구성과 주행 성능 등의 객관적 가치에 더 치중하고 그 ‘다름’의 폭이 그리 크지 않으므로 처음 접하는 합리적인 수입차로 적당하다. 

이보다 더 개성이 중요하다면 영국차나 프랑스차 등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푸조의 별명은 프랑스제 독일차다. 개성이 강한 프랑스차지만 엔지니어링의 기본기가 우수하다는 뜻이다. 달려보면 그 느낌이 다르다. 노면을 밟고 달리는 감각이 또렷하지만 노면이 거칠어지더라도 포용할 줄 아는 쫀득함(?)이 독일차와는 확실히 다르다. 게다가 508은 1.6부터 2.0리터 디젤 엔진을 얹는다. 프랑스차다운 고효율이 바탕에 있다. 그랜저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독특하고, 그랜저처럼 넓지는 않지만 더 타고 내리기 쉬운 뒷좌석 같은 의외의 실용성도 지녔다. 

그랜저보다 비싼 데다 중고차 값이 크게 떨어지고, 딜러 네트워크도 부족하다는 등 모험 요소가 큰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왜 그 돈으로 그랜저를 안 사고 이 차를 샀어?’라는 주변의 반복되는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그냥’이라는 대답도 좋다. 그냥 좋다는데 꼬치꼬치 캐물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랜저 고객의 10분의 1이 이쪽으로 오기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뭔가 색다른 것을 찾는 이에게 기본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맛을 추가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자동차 시장은 다채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md.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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