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반전 매력에 흔들린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말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반전 영화나, 조용한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과격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에 우리는 주목하기 마련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빌딩 숲 사이로 매끈한 아스팔트 위를 고분고분하게 달리는 자동차는 많이 봤지만, 숲이 우거진 진창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험로를 주파하는 모습을 본다면 분명 마음이 흔들릴 것이다. 우리가 만난 SUV가 딱 그랬다. 도심에선 매끈하게 질주했고 오프로드에선 거칠게 언덕을 차고 올랐다. 그 주인공은 바로 포드 익스플로러다.
출시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익스플로러의 인기는 오히려 뒷심이 좋다. 2015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이래로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어느덧 쟁쟁한 SUV가 바글바글한 국내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의 이유를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었다. 함께 시승한 여러 기자가 익스플로러의 매력을 하나씩 짚어 말했지만, 우리는 결국 익스플로러의 반전 매력을 최고의 장점으로 결론지었다.
첫 번째 무대는 바로 서울이다. 사람과 차가 넘쳐나고 빌딩도 많은 서울에서 익스플로러의 핸들을 잡았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지루한 일상, 시끄러운 경적과 미세먼지로 둘러싸인 공기 속으로 익스플로러가 파고든다. 익스플로러의 콕핏에 오르면 그야말로 거대한 요트의 선장실에 오른 기분이다. 평평하게 뻗어있는 보닛 아래 세단들이 즐비하다. 위에서 차분히 내려보는 시야가 우리에게 안정감을 안겨준다.
거대한 요트의 방향을 틀어 간선도로에 접어들었다. 서스펜션이 노면을 부드럽게 다스리고 묵직한 핸들은 마음먹은 대로 다룰 수 있다. 코너링 감각은 대형 SUV의 느긋함을 그대로 품었다. 느긋하지만 진지하고 강렬하지만 여유롭다. 힘의 원천은 바로 2.3ℓ 에코부스트 엔진이다. 가솔린 직분사 기술과 트윈 터보를 올려 최고출력 274마력, 최대토크는 41.5kg·m를 쏟아낸다. 왈칵 쏟아지는 토크는 에코부스트 엔진의 최대 장기다. 물론 한없이 부드러운 회전 질감을 원하면 3.5ℓ V6를 선택해도 좋다.
가솔린 엔진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특히 서울처럼 잦은 가속이 필요한 도심에서 필요한 힘을 정확하게 보태는 일은 가솔린 엔진이 월등하다. 게다가 언제나 조용한 실내를 보장한다. 힘이 필요할 때면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그만이다. rpm을 바짝 끌어올려 강렬하게 치고 나가는 가속력은 기본. 필요할 때면 스티어링 휠에 달린 작은 패들 시프트를 ‘딸깍’ 당겨 직접 다루는 맛도 좋다.
두 번째 무대는 날카로운 돌덩이와 고운 흙으로 뒤덮인 산지다. 우리는 여기서 익스플로러를 극한으로 몰아넣기로 했다. 나무 한 그루 없이 황량한 흙길에 도착한 익스플로러는 절묘하게 오프로드 환경과 어우러졌다. 딱 벌어진 숄더라인과 부리부리한 헤드램프, 두꺼운 타이어가 돌무덤을 딛고 올라 우람한 자태를 뽐냈다. 빌딩 숲 사이에서 당당했던 표정은 변함이 없다. 선명한 데이타임 라이트가 흙먼지를 뚫고서 반짝였고 에코부스트 엔진이 조용한 숨소리를 내쉬었다.
만약 이렇게 황량한 산지에서 하룻밤을 지새워야 한다고 상상해보자. 다행히 우리에겐 코펠과 화로가 있고, 바람을 막아줄 텐트와 안락한 야전침대도 서너 개 챙겼다. 게다가 사랑스러운 반려견 한 마리와 그 녀석이 머무를 켄넬까지 준비했다. 이제 차에 수많은 짐을 싣는 일만 남았다. 익스플로러는 전동식 테일게이트를 활짝 열어 이사 준비를 마친다. 일단, 버튼 하나로 3열 시트만 접어도 1240ℓ의 트렁크 공간이 펼쳐진다. 캠핑 장비는 굳이 테트리스 게임처럼 맞추지 않아도 집어삼킨다. 다음은 반려견 차례. 60:40으로 접히는 2열 시트를 한쪽만 접었다. 그랬더니 거대한 켄넬이 딱 맞게 들어간다. 한마디로 익스플로러는 캠퍼의 애마였다.
하지만 거대한 돌무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천히 앞바퀴를 올리고 이어서 뒷바퀴가 올라가는 찰나, 움푹 팬 구덩이에 앞바퀴가 빠지면서 차체가 기운다. 순식간에 무게 중심은 앞으로 쏟아졌고 반대쪽 뒷바퀴가 헛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익스플로러는 이내 안정을 되찾는다. 인텔리전트 4WD 시스템은 1초마다 수백 번씩 운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동으로 뒷바퀴의 토크를 조절해 돌무덤을 딛고 올랐다. 이어지는 가파른 경사로에선 힐 디센트 컨트롤이 존재감을 과시한다. 운전자는 오직 버튼을 누르고 속도를 설정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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