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마저 매력적인 네 번째 레인지로버 벨라. 레인지로버 라인업 중심에서 형제들의 부족함을 메우며, 더욱 완벽한 레인지로버 가문을 완성했다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가 민담을 엮어 만든 작품 <신데렐라>에는 아주 유명한 장면이 하나 있다. 한 요정이 나타나 호박은 황금 마차로 그리고 큰 쥐는 마부로 만들어 신데렐라를 무도회장으로 안내하는 대목 말이다. 벨라의 럭셔리한 운전석에 앉아 도로를 내려다보니, 마치 무도회장으로 떠나는 신데렐라가 된 양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엔트리 모델 가격이 취득세와 등록세를 포함하면 1억 원이 넘으니, 이만하면 황금 호박 마차 아니겠는가).
벨라는 겉만 번지르르한 호박 마차는 아니다. 다양한 첨단 기능과 강력한 성능을 지닌 속이 꽉 찬 호박 마차다. 특히 외관은 호박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우스울 만큼 세련되고 모던한 모습이다. 플로팅 루프와 클램셸 타입의 보닛, 힘 있게 솟아오르는 웨이스트 라인 등 레인지로버 특유의 실루엣은 그대로 유지했다. 거기에, 웨이스트 라인부터 뒤로 가며 좁아지는 디자인으로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이미지를 더했다. 또한, 평소에는 보디에 숨어 있다가 잠금을 해제하면 스르르 등장하는 플러시형 도어 핸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작지만 큰 변화는 벨라에 역대 랜드로버 중 가장 효율적인 다이내믹스 수치인 0.32cd를 선물했다. 또한, 벨라의 모든 모델에는 LED 헤드램프가 올라가는데, 램프 안을 자세히 보면 작은 네모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이렇게 ‘네모네모’하게 나뉜 헤드램프는 각각의 모듈을 개별적으로 제어해 최적의 빛 분포를 유지한다.
푹신한 가죽 시트가 유혹하는 단정한 실내는 심플하면서도 럭셔리한 분위기다. 2874mm의 넓은 휠베이스 덕에 뒷좌석 공간도 여유가 넘친다. 40:20:40 비율로 분할된 뒷좌석은 접으면 최대 1731ℓ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번 실내 공간의 하이라이트는 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아래위로 나뉜 넉넉한 크기의 10″ 스크린은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특히, 화면 상단으로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며 하단 스크린에는 음악 메뉴를 띄우는 등 효율적으로 화면을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러나 터치스크린이 아직 손에 익지 않아서인지, 운전하며 원하는 메뉴를 빠르게 찾아 사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느덧 반나절 동안 힘차게 달리던 호박 마차의 바퀴가 멈춰 서고, 12시가 지나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처럼 현실로 돌아와 벨라를 바라보았다. 동생 이보크와 형님 레인지로버 스포츠 사이에 고민하던 이들의 가려운 점을 긁어주고, 레인지로버 라인업을 완성하며 프리미엄 중형 SUV의 진수를 보여준 벨라. 주인공은 늘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말이 있듯, 벨라가 미래의 레인지로버 가문을 이끌어갈 주인공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LOVE 디자인, 성능은 물론, 이름까지 고급지네
HATE 럭셔리한 건 인정. 그래도 이 가격은 좀…
VERDICT 프리미엄 중형 SUV의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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