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터블’ 하면 렌터카로 누리는 작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용기 낸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생각보다 꿈은 가까이 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컨버터블은 변종 취급을 받는다. 쿠페 형태에서 단지 지붕이 열린다는 것뿐인데, 사람들은 뚜껑 열리는 차를 유별나게 생각한다. 아, 물론 당신이 가발을 썼다거나 심각한 원형탈모증이라면 충분히 이해한다. 컨버터블은 지붕이 열리면 얼굴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노출을 꺼리는, 그래서 짙은 틴팅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정서엔 컨버터블이 설 자리는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남 눈치 보면서 살 텐가? 때마침 욜로(You Only Live Once)가 유행하는 요즘, 컨버터블이야말로 진정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최고의 자동차다.
럭셔리 브랜드는 이런 컨버터블의 매력을 잘 알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그중 하나. 대표적인 C, E, S-클래스 라인업에 모두 컨버터블 모델을 갖추고, 2인승 로드스터도 3종류(SLC, SL, AMG-GT 로드스터)나 된다. 그중 우리는 C 200 카브리올레를 만났다.
C 200 카브리올레(이하 C 200)는 외모가 출중하다. 대개 4인승 컨버터블에서 유려한 루프 라인을 보기 힘든데, C 200은 윈드실드부터 트렁크까지 매끈하게 이어진다. 아름다운 실루엣은 쿠페 버전을 연상케 한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 철학인 ‘감각적인 순수미(Sensual Purity)’를 바탕으로 한다. 루프는 복잡한 하드톱 대신 클래식한 소프트톱을 선택했다. 소프트톱의 힘은 대단하다. 철판이 아니라 패브릭 소재가 전달하는 이채로움이 단연 돋보인다. 게다가 A필러를 비롯해 벨트 라인 몰딩까지, 소프트톱과 연결되는 부분을 모두 크롬 트림으로 장식했다. 덕분에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자태를 잃지 않는다. 시승차는 짙은 실버 컬러에 다크 블루 소프트톱이 올라갔는데, 회색 슈트에 감색 넥타이 조합처럼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이렇게 예쁜 인테리어를 자랑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오픈!
루프가 없다는 건,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마음껏 노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밝은 베이지색 시트와 나뭇결까지 살아 있는 우드 트림은 흠잡을 데 없다. 눈으로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품질은 손으로 만질 때조차 허풍이 없다. C-클래스 세단과 인테리어를 공유하지만, 투톤으로 구분한 트림 컬러가 화사하게 운전자를 맞이한다. 센터 콘솔 앞에는 정교한 알루미늄 버튼이 자리 잡았다. 다름 아닌 파란 하늘을 허락하는 버튼이다. 소프트톱은 20초 만에 고이 접혀 트렁크 속으로 사라진다. 물론 지붕을 여는 동안 차를 멈추지 않았다. C 200은 60km/h 이하의 속도에서 언제라도 톱을 여닫을 수 있다. 루프를 열었을 뿐인데 날카로운 쿠페가 여유로운 요트로 변한다. 가을바람이 머리칼을 흩트려놓아도, 따가운 자외선에 피부가 그을려도 즐거운 순간이다. 이따금 신호라도 걸리면 주위 시선이 거슬린다. 하지만, 그들 시선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아니면 선글라스나 모자를 눌러쓰면 그만이다.
C 200 카브리올레는 AMG 익스테리어가 기본
LOVE 지붕을 열어도 닫아도 아름다운 디자인
HATE 미세먼지, 자외선, 불편한 시선
VERDICT 올가을 단풍 구경 필수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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