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토마 ZUHD8' 레이저 광원의 화질 [리뷰]

퇴근하고 싶다. 매일 출근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 하지만 할 일은 쌓여 가고. 어제의 피로도 쌓여 가고. 하긴 퇴근해도 걱정이다. 어수선한 연말 분위기에 약속은 왜 이리 많은지. 며칠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늘어지게 쉬고 싶다. 여행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조용한 곳에서 영화나 한 편 봤으면 좋겠다.

마침 옵토마가 성능 좋은 프로젝터 ZUHD8을 내놨다. 레이저 광원을 이용해 4k UHD 해상도의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는 홈시어터용 프로젝터다. 이거 하나면 침대에서 따뜻한 이불을 뒤집어써도 극장 못지않은 분위기를 낼 수 있겠다. 이렇게 추운 날 굳이 극장까지 갈 필요도 없이.

잘 됐다. 아무 생각 없이 늘어지게 영화 한 편 보고 싶은 소망을 이뤄야겠다. 리뷰를 핑계 삼아.

듬직한 외모

거두절미하고 영화부터 보고 싶었지만 그래도 신제품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겠기에 전원을 연결하기 전 겉모습부터 살폈다. 덩치가 제법 크다. 498x331x141mm 크기에 무게는 7.7kg. 요즘 유행하는 미니 프로젝터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만큼 성능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전체적으로 검은 색상에 하이그로시 디자인을 적용했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함이다. 겉모습은 여느 프로젝터와 같다. 앞에는 렌즈와 초점 링을 달았다. 초점 조정 거리는 1.3~9.3m. 뒤에는 HDMI 1.4a, HDMI 2.0, VGA, USB A타입, RS232C, RJ-45, 오디오 입출력, S/PDIF 등 단자가 즐비하다. 플레이어가 고화질 영상을 마음껏 구현하도록 다양한 포맷의 단자를 준비했다. IR 리시버 센서는 앞뒤에 모두 달았고 오른쪽에는 전원과 입력 소스 선택 버튼을 배치했다.

위쪽에 있는 커버를 열면 1.6배 줌 레버와 렌즈를 수직으로 15% 움직일 수 있는 다이얼이 나온다. 메뉴를 띄우고 조작할 수 있는 키패드도 있다. 단 이 부분은 리모컨으로 하는 게 더 편하다. 커버를 여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 바닥에는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다리가 있어 원하는 기울기로 맞출 수 있다. 내부에는 이물질로 인한 화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IP5X 방진 설계를 적용했다.

사실 프로젝터라는 게 대부분 비슷한 외형이라 겉으로 봐선 성능을 가늠하기 어렵다. ZUHD8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듬직한 크기와 무게, 다양한 단자는 뭔가 괜찮은 성능을 보여주리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그래서 바로 플레이어를 연결했다.

TV 못지않은 화질, 비결은 레이저

ZUHD8을 설치할 때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한다. 일단 공간. 큰 덩치를 소화할 공간이 필요하다. 투사할 스크린과의 거리도 3.5~5m 정도 돼야 한다. 그래야 100~150인치 화면을 띄울 수 있다. 물론 3.5m에 못 미쳐도 화면을 띄우는데 문제가 되진 않는다. 100인치가 안 돼서 그렇지. 하나 더. 케이블을 신경 써야 한다. HDMI 2.0 케이블이라 해도 품질이 안 좋으면 화면이 끊기거나 화질이 떨어진다. 다소 비싸더라도 광섬유 케이블을 권한다. 거리가 멀어도 고화질 영상을 끊김 없이 원활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

드디어 영화 감상 시간. 마침 갖고 있던 <엑스맨: 아포칼립스> 블루레이 타이틀을 넣었다. 돌비가 비전과 애트모스를 홍보하기 위해 배포한 타이틀도 봤다.

첫 장면이 나오는 순간, 감탄이 터졌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TV보다 낫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접한 프로젝터는 좀 더 큰 화면을 위해 화질이나 색감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ZUHD8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외모에서 생기는 기대감을 충분히 채우고도 남을 정도다.

진한 색감과 뚜렷한 윤곽, 밝고 어두운 곳의 선명한 대비가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특히 미스틱의 푸른색 피부와 아포칼립스가 뿜어내는 불꽃처럼 강렬한 색감은 웬만한 TV보다 생생하다. 화려한 전투 장면도 마찬가지. 사방으로 튀는 돌과 파편도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표현한다. 등장인물의 혈색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이쯤 되면 몰입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여러 번 봤던 영화지만 처음 보는 기분이다.

이런 감동은 돌비가 배포한 타이틀에서도 여지없이 느낄 수 있다. 사물의 컬러와 빛의 반사를 생생하게 구현하고 콘서트 현장에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도 고스란히 담아낸다. 덕분에 현실감이 배가된다. 4k UHD 해상도를 충실히 구현하는 건 기본.

비결은 광원에 있다. 램프 대신 레이저를 넣었다. 차세대 광원으로 꼽히는 레이저 기술을 적용해 3300안시루멘의 높은 밝기와 뚜렷한 화질을 구현한다. 여기에 폭넓은 색 영역을 커버하는 슈퍼 와이드 개멋 II(Super Wide Gamut II), 밝고 어두움을 뚜렷하게 표현해 250만:1 명암비를 구현하는 다이내믹 블랙(Dynamic Black), 넓고 풍부한 컬러로 실제에 가까운 영상을 재현하는 HDR(High Dynamic Range) 등의 기술을 더했다.

퓨어 엔진(Pure Engine)도 빼놓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밝기를 최적화하는 퓨어 콘트라스트, 초고속 프로세싱 처리 기술로 매끄러운 화질을 만드는 퓨어 모션, 휘도와 채도를 조절해 생생한 컬러를 재현하는 퓨어 컬러, 이미지 처리 알고리즘과 이미지 디테일 프로세서를 통해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는 울트라 디테일 기능이 여기에 속한다. 듬직한 덩치만큼 다양한 기술을 담고 있다.

밝기도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프로젝터를 볼 때 중요하게 따지는 게 밝기다. 밝기에 따라 활용도가 더 넓어지기 때문. ZUHD8은 한밤중이나 어스름한 저녁은 말할 것도 없고 대낮에도 충분한 밝기를 보여준다. 날이 좀 흐리긴 했지만 오전 10시 사무실에서 켰는데도 뚜렷한 컬러와 윤곽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어두울 때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수준. 가정에 설치한다면 굳이 AV룸을 꾸미지 않고 거실에 설치해도 충분하겠다.

레이저 광원이 주는 장점은 화질과 밝기만이 아니다. 전원을 켜거나 끌 때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짧은 편이다. 일반 램프 기반 프로젝터의 절반도 안 되는 듯. 고용량의 블루레이 타이틀도 빠르게 재생한다. 수명도 길다. 램프 광원보다 5배 긴 2만 시간의 수명을 보장한다고.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4W 스테레오 스피커 두 개를 개별 인클로저에 넣고 SRS 서라운드 음향 기술을 적용했다고는 하지만 화질에 걸맞은 사운드를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별도의 스피커를 준비하는 편이 낫다. 와이파이나 USB호스트, HDTV 수신 같은 부가 기능도 없다. 특히 요즘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구하기 쉬운 때에 외장하드나 USB메모리를 바로 재생하는 USB 호스트 기능이 빠진 것이 아쉽다.

아무 생각 없이 늘어지게 영화 한 편 보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리뷰였지만 정신이 바짝 들었다. 기대 이상의 화질은 레이저가 차세대 광원으로 꼽히는 이유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비록 스피커가 약하고 부가 기능은 덜하지만 고화질의 영상을 100인치가 넘는 화면으로 즐긴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가격. 출시가 기준으로 720만원이다. 비싸다. 기존 홈시어터 프로젝터를 기준으로 봐도 비싸다. 하지만 마냥 비싸게만 볼 수는 없다. 화질을 보자. 레이저 광원과 다양한 기술이 구현하는 화질은 TV 못지 않다. 그러니까 100인치가 넘는 TV에 견주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그리고 원래 신기술을 빠르게 접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법. 화질을 따진다면 충분한 값어치는 해낼 녀석이다.

레이저 광원의 화질이 기가 막힌다
그만큼의 비용은 지불해야지

GEARBAX by 한만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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