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강원랜드에 취직하려 했지만 불합격한 취준생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출연해 눈물을 보였습니다. 이미 정해진 합격자들 사이에서 '병풍' 노릇을 한 그는 '돈 없고 빽 없는' 다수의 취업준비생 마음을 대변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23일 밤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교양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이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이른바 '청탁리스트'를 통해 강원랜드 부정채용에 대해 집중 고발했습니다.
이날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국회의원에서 스님에 이르기까지 수백 명에 달하는 청탁자의 이름이 적힌 '청탁리스트'를 통해 먹이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는 권력의 그림자를 고발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현직 국회의원의 이름도 올라 있어 충격을 자아냈습니다.
한편 지난 국정감사에서 파문을 일으킨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은 2013년 당시 518명 합격자 가운데 493명이 청탁을 통해 입사했다는 부분에 대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제작진이 확보를 한 ‘청탁 리스트’에는 국회의원에서 식당 주인까지 수백 명에 달하는 청탁자 이름과 직함이 적혀 있습니다. 제작진은 관련자들로 부터 폐광지역 지원자들에겐 선심 쓰듯 5점을 주고, 청탁을 받은 지원자에겐 22점을 줬다는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제작진은 2013년 딜러로 입사했던 한 제보자도 만났습니다. 그 역시 청탁으로 입사했다. 고위직 공무원 아들이라는 이 제보자는 양심 고백을 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제보자는 “도의적으로 미안하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많이 미안하다. 양심에 가책을 느껴 제보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소개서 2~3줄 적었다. 그것도 PC방에서 대충 적은 것이다. 정말 붙을 줄 몰랐다. 합격 문자 받고 깜짝 놀랐다. 도움 없었으면 합격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서류를 통해 이 제보자의 자기소개서 점수를 확인했다. 결과는 60점 만점에 60점. 무성의하게 쓴 소개서 세 줄에 만점을 준 것이다. 필기 시험은 참고용이었고, 면접 역시 청탁 지원자들을 지칭할 때 "똑똑하네요" 등의 암호를 사용하면서까지 가산점을 줬다는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강원랜드 부정청탁 과정에는 먹이사슬처럼 연결된 관계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원랜드 입사를 위해 지역주민들도 서로 청탁전쟁에 돌입했고, 청탁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 2008년 채용 과정에서 ‘청탁 비리’가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USB도 입수했습니다. 이 USB에 담긴 문건에는 추천자로 의심되는 국회의원, 지역 유지, 강원랜드 내부 관계자들의 이름이 100 명 가까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청탁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추천자 합격을 위해 압력을 행사한 적도 돈을 받은 적도 없다는 주장입니다.
한편 최종면접에서 탈락한 한 지원자는 방학 때마다 강원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의 꿈을 키웠는데 이처럼 청탁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점에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는 "면접 당시 강원랜드랑 하이원리조트가 뭐가 다른지 물어봤다. 나만 대답했다. 그런데 탈락했다"면서 "그땐 내가 부족했구나 생각이 컸는데 나는 병풍이었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여기만보고 3번씩이나 넣었는데 갈 곳이 없어진 느낌"이라며 씁쓸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탈락을 자책하는 부모님을 언급하며 "'엄마 아빠가 돈 좀 있고 빽 좀 있었으면 사장님한테 얘기했을 텐데 빽이 없어서..'라고 하더라. 부모님 잘못이 아닌데 왜 이렇게 부모님이 저한테 미안해해야 하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무려 열 다섯장에 달하는 2013년도 청탁 리스트에는 꽤 이상한 칸이 있습니다. 바로 '추천인'을 적는 란인데, 제작진이 방송을 통해 공개한 리스트 안에는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부터 담당 부처인 문광부 공무원, 경찰, 심지어 횟집 사장까지 없는 직군이 없었습니다. 강원랜드를 감시해야 하는 감사위원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최흥집 전 사장은 현재 업무방해 행위로 기소돼 재판 중입니다. 집 앞으로 찾아간 제작진에게 최흥집 전 사장은 "재판이 얼마 안 남아서 재판에 방해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지역의 취업난 해결을 생각한 것이다. 폐광 지역 발전을 위해서였다"고 변명했습니다. "탈락한 지원자나 부모님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가세요"라 매몰차게 대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제작진이 공개한 청탁 리스트에는 전현직 국회의원도 포함돼 있습니다.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은 강원 태백시횡성군영월군평창군정선군을 지역구로 두고 있습니다. 염동열 의원의 전직 보좌관은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에게 "의원실에서 '강원랜드에 추천 안 합니까?' 하는 이야기들이 오갔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염동열 의원의 지시로 인해 두 차례에 걸쳐 강원랜드 관계자들에게 청탁 리스트를 전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염 의원은 제작진과 만나 "시키지 않은 일을 보좌관 혼자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강원랜드 채용비리 125회 다시보기 / JTBC제공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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